부처님 오신 날을 맞이하여 지인들과 함께 길상사를 찾았다. 길상사로 가는 길은 서울의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인 북악스카이웨이를 이용하여 갈 수 있고, 길상사에서 멀지 않은 곳에는 지금도 음식점으로 운영되고 있는 삼청각이 있으며, 삼청터널에서 삼선교로 이어지는 성북2동 언덕배기길에는 한국의 베벌리힐즈 답게 웅장한 대저택들과 예쁘게 꾸며져 있는 대문들도 구경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길상사는 1960년대 부터 1980년대 말까지 우리나라 3대 최고급 요정인 삼청각, 청운각, 대원각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던 대원각 자리에 세워진 사찰이다. 이렇듯 대원각이 길상사라는 절로 재탄생할 수 있기 까지는 법정스님과 대원각 주인 김영한여사와의 한 가지 일화가 있다.
1987년 당시 LA에 머물고 계신 김영한여사는 '무소유'로 세간에도 널리 알려지신 법정스님을 LA 고려사에서 처음 만나뵙고 그 자리에서 7,000평의 대지와 건물 40여동 등 1천억원대에 이르는 대원각을 아무 조건 없이 법정스님에게 시주하겠다고 하시니 평소
'무소유'를 화두로 삼고 생활화 하고 계신 법정스님은 여사의 간청을 그 즉시 정중히 사양하셨다. 이로부터 무주상 보시를 하시겠다는 여사와 받을 수 없다는 스님의 승강이는 장장 10년간이나 계속 되었다. 마침내 김영한여사는 10년만에 손을 들고 법정스님은 회주만 맡는 것을 전제로 1996년 5월 20일 법정스님이 아닌 대한불교 조계종 송광사 분원으로 등록, 등기이전하였다. 이렇게 하여 법정스님은 '무소유'의 삶을 계속하실 수 있었고 김영한여사도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었다. 김영한 여사는 1999년 83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났고 여사의 유언대로 눈이 많이 내린 12월 14일 스님들이 독경하며 길상사 경내에 여사의 재를 뿌려주었다고 한다.
이렇게 오랜 산고 끝에 재탄생한 길상사는 몇몇 사찰의 중요건물 이외에는 요정 건물을 거의 원형 그대로 보존하면서 가람을 배치했기 때문에 유명인사들의 밀실정치의 총본산이었던 대원각의 모습을 구경하기 위해 불교인들 뿐만 아니라 타종교인들도 많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저 멀리 보이는 커다란 나무의 높은 곳에까지 연등을 달아 놓은 것이 신기하고 예뻤다. 대한민국 부촌 1번지인 성북동은 대저택들이 운집해 있는 곳 답게 녹음이 울창하다.
길상사 식 스프링쿨러가 재미있기에 한 컷! 사진 오른쪽에 '침묵의 집'이 있다.
이 곳에는 금낭화, 큰 앵초, 마가렛, 백작약, 목단, 하늘매발톱 등 여러 종의 야생화들이 이곳 저곳에서 방긋 방긋 웃고 있다.
초파일이라 사람들이 없는 곳 만을 찍었고 사진을 찍다보면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일행을 놓치기 쉽기에 길상사의 이모 저모를 제대로 찍을 수는 없었다.
'눈을 뜨면 천지가 광명이다'라는 기와에 새긴 판화가 인상적이었다.
가뭄 때문인지 계곡에는 물이 없었다. 분주한 서울 시내에 이렇게 개울이 있고 울창한 나무들로 둘러싸인 사찰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함께 간 일행 중 한분이 소나무가 너무 예쁘니 찍으라고 하신다.
길상사에서는 매년 '부처님 오신 날'에 유명 연예인을 초청 봉축음악회를 저녁 7시 부터 약 2시간 동안 열고 있다. 나는 이 음악회에서 처음으로 가수 '장사익'씨의 노래를 듣게 되었는데 어찌나 구성지고 재미있는 분이시던지 그 때부터 장사익씨의 노래를 좋아하게 되었다. 제8회 째인 올해의 봉축음악회에는 국회의원 이계진씨의 사회로 가수 김수철씨가 공연하니 꼭 보고 가라는 어느 보살님 말씀에 솔깃하여 함께 간 아이들이 우르르 자리를 맡으러 가더니 이미 사람들로 만원이라 그냥 가야겠다고 하여 우리는 아쉬운 마음으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길상사에는 따로 일주문이 없고 대원각 시절의 낡은 솟을대문이 일주문 역할을 하고 있는데 일주문을 들어서자마자 낮은 언덕 끝자락에 관세음보살상이 있다. 관세음보살상이 마리아상과 흡사한 까닭은 천주교신자인 조각가 최종태씨가 마리아상을 본 따 조각해 기증한 것으로 길상사가 종교를 초월한 쉼터이자 사색공간임을 잘 표현한 작품이다.
이러한 길상사 본래의 취지는 1997년 12월 14일 길상사 개원식 회주이신 법정스님이 개원식 인사말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저는 이 길상사가 가난한 절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 절은 더 말할 것도 없이 안으로 수행하고 밖으로 교화하는 청정한 도량입니다. 진정한 수행과 교화는 호사스러움과 흥청거림 속에서는 결코 이루어 질 수 없습니다...불자들만이 아니라 누구나 부담없이 드나들면서 마음의 평안과 삶의 지혜를 나눌 수 있었으면 합니다."
그래서일까? 길상사 개원식에는 김수환추기경도 이례적으로 참석하셨다.
'침묵의 집'은 불교신자가 아닌 일반인들의 참선및 음악명상을 위해 오전 10시부터 6시까지 개방하고 있는데 수녀님들도 길상사에서 산책만을 즐기시는 것이 아니라 이 '침묵의 집'에서 음악명상을 하시기도 한단다.
또한 월 1회 (매월 넷째주 주말) 산사체험의 기회를 정기적으로 마련하여 바쁜 일상의 무게를 잠시 내려 놓고 자아를 찾아 떠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길상사 찾아 가는 길
대중교통 : 지하철 4호선 한성대역 6번 출구에서 삼선교 1111번 녹색버스 정류
소 30m 지나 진학서점 옆 '동원마트' 앞에서 길상사에서 운행하는
봉고버스 이용 [운행시간표 : 길상사 홈페이지 참조]
한성대역에서 택시 이용 시 기본요금
자가운전 : 광화문 지나자 마자 동십작각 앞에서 경복궁,삼청동방향으로
좌회전 -> 삼청터널 -> 북악스카이웨이 방향 직진 ->
삼선교방향 좌회전 -> 왼쪽에 길상사
대형 주차장 있음
전화 : 02) 3672-5945~6
법정스님 저서
무소유, 영혼의 모음, 서 있는 사람들, 버리고 떠나기, 물소리 바람소리,
산방한담, 말과 침묵, 홀로 사는 즐거움 외 다수
성북동에서 가 볼 만한 곳
성북동 성북초등하교 정문 앞에는 '간송미술관'이 있는데 간송 전형필(1906~1962)은 우리 민족의 얼마저 빼앗으려던 일제의 야욕으로부터 우리 문화재를 지켜내고자 있는 힘껏 우리 민족의 유물들을 모으신 분이다.
간송미술관은 1938년 4000여평의 대지에 건립된 우리나라 최초 민간 박물관으로 미술관의 보화각에는 린다 수 박의 소설 '사금파리 한 조각'의 소재가 된 국보 제68호 <청자 상감 구름 학 무늬 매병 (청자상감운학문매병)> 및 국내 유일의 소장본 <훈민정음원본> 등 국보급 유뮬이 다수 소장되어 있다. <청자상감운학문매병>은 1935년 간송이 일본 골동상으로부터 그 당시 기와집 10채 값인 거금 2만원을 주고 구입했을 만큼 고려청자 중 최고의 걸작품이라고 한다.
매년 5월과 10월에 각각 2주씩 소장 유물을 전시하고 있는데 전시회가 있는 날이면 많은 사람들이 찾아들어 한 줄로 길게 서서 입장을 기다려야 한다.
교통편 : 버스는 성북초등학교 앞 하차
지하철 4호선 한성대입구역에서 걸어서 10분 거리
전화 : 02-762-0442
성북동하면 또 하나 유명한 전통찻집 수연산방이 있다. 이 집은 월북작가 상허 이태준이 집필공간으로 쓰던 한옥으로 이태준이 지었다는 수연산방 [문인들이 모이는 숲 속의 작은 집]이라는 당호가 걸려있다. 규모가 작아 많은 사람들을 받을 수는 없지만 인사동 전통찻집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방문도 한지 대신 유리로 되어 있어 성북동 우람한 나무들과 북악산 자락을 낮은 담장 너머로 볼 수 있는데 맑은 날보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날 찻집에 앉아 바깥 풍경을 보았을 때의 고즈넉한 그 느낌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교통편 : 지하철 4호선 한성대입구역에서 내려 85번 버스를 타고 태고사입구
에서 하차 성북2동 동사무소를 찾으면 됨
전화 : 02-764-1736
수연산방 맞은 편 야산을 100m 정도 올라가면 만해 한용운이 입적하시기 전까지 사셨던 집 '심우장'이 있다는데 이 집은 조선총독부를 마주보기 싫어 북향으로 지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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