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거벗은 임금님’과 ‘盧의 남자들’
지난 7월 24일에 터진 ‘김병준 사건’은 발생 1주일인 오늘, 그 정점에 도달한 것 같다. 오늘 유수의 조간 1면들엔 약속이라도 한 듯 김씨의 ‘새로운 비리’가 대문짝만하게 장식되었다.
일반적으로 사건이 이 지경에 도달하면 그 관련자는 모든 걸 시인하고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그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 도리라고 알고 있다.
하지만 김씨는 ‘너무 억울하다’며 도리어 ‘국회청문회를 감히 요청한다’는 도전적인 언사를 던짐으로써 이제 ‘국민 전체’와 한 판 싸움을 벌이겠다는 ‘기개’를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핑계 없는 무덤이 없다’지만 그가 억울하다는 건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누가 봐도 지난 한 주 동안 보도된 것들은 아무리 언론이 ‘뻥튀기기’를 했다 손치더라도 ‘학자라면’ 더 이상 변명의 여지가 없는 사건의 연속이었다.
그런데도 억울하다? 뭐가 억울하다는 얘기인지 알고 싶지도 않지만 이미 여당 내에서도 그가 너무 ‘뻔뻔하다’는 여론이 높다고 하는 걸 보면 별 억울한 일은 없는 것 같다.
오늘 조간에 보면 ‘박사 논문 지도’를 매개로 김씨가 제자인 전직 구청장으로부터 1억원이 넘는 프로젝트를 수주했고, 그 구청장은 손쉽게 ‘박사’를 딴 뒤 국민대학에서 ‘겸임 교수’로 일한다는 내용이었다.
기사내용으로 봐선 더 이상 변명의 여지가 없을 것 같은데 지난 1주일 사이에 밝혀진 사건들이 ‘억울하다’며 버티고 있는 품새로 봐선 선선히 물러날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하기야 김병준씨도 노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자수성가’한 만큼 자신에 대한 프라이드가 대단할 것이다. 대구상고와 영남대학을 나온 ‘학벌’로 청와대에 입성했으니 자신에 대한 ‘자신감’은 얼마나 대단하겠는가.
그러고 보니 대통령을 정점으로 과학부총리인 김우식씨(강경상고)와 교육부총리인 김병준씨가 모두 상업고교 출신이라는 게 눈에 띈다. 그만큼 대통령이 자신이 ‘상고출신’이라는 점이 자랑스러웠는지도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김씨와는 일면식도 없고, 그가 그 자리에서 물러날 지 말 지에 대해서도 전혀 관심조차 없었다. 그런데 저렇게 온 나라를 시끄럽게 만들고 ‘국민 정서’를 괴롭히고 있는 자신의 소행은 선반 위에 올려놓고 교육부총리라는 감투만은 죽어도 못 벗겠다는 저 ‘막무가내’에는 그저 기가 질릴 뿐이다.
한 15년 전인가 대통령 선거 막바지에 저 유명한 ‘부산 복집’사건이 터졌을때 법무장관이던 김기춘씨가 “장관이 얼마나 좋은 자린지 아나”라고 자기들끼리 소곤거리는 얘기가 ‘도청’으로 온 천하에 드러난 일이 있었다.
그때서야 일반서민들은 ‘장관자리’가 그렇게도 좋은 자리라는 걸 비로소 알게 되었다. DJ 시절 법무장관으로 임명받았다가 하루만인가 쫓겨났던 한 인사는 자신을 장관시켜준 DJ를 향해 “가문의 영광이로소이다”라는 소감을 ‘진상’했었다는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떠오른다.
그만큼 ‘장관자리’는 우리네 평범한 국민들에겐 ‘하늘만큼’ 높은 자리여서 감히 올려다보지도 못하지만 그러기에 그 자리에 앉는 사람은 우리네보다 훨씬 고결한 인품과 높은 도덕성을 가져야 한다고 믿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김병준이라는 저 사람이 우리 국민에게 보여주고 있는 ‘원맨쇼’는 시중 어느 개그맨들보다 우리를 배꼽 잡게 만들고 있다.
인터넷에서 처음 ‘김병준 사건’이 보도되었을 때 직감적으로 ‘정국을 뒤집는 뇌관’이 될 것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선뜻 우리 블로그에 화제로 삼고 싶지는 않았다.
김병준이라는 인물이 워낙 ‘비호감 부류’인데다가 그런 인사를 언급한다는 자체가 영 께름칙한 기분이 들어서였다. 뭐랄까, 이젠 그런 류의 이야기는 다루고 싶지 않다는 그런 기분, 우리가 어떤 사안에 대해 ‘신물이 나면’ 입에도 올리고 싶지 않아하는 그런 기분이었다.
‘盧의 남자’중 넘버원으로 꼽히는, ‘사건의 주인공’ 김병준씨는 청와대 정책실장 시절 그가 벌여온 일련의 ‘해괴한 정책 실험’탓에 임명 전부터 워낙 말이 많았지만 코미디 같은 국회청문회까지 그럭저럭 통과되고 교육부총리라는 막강한 공직업무를 막 ‘야심차게’ 수행하려는 시점이었다.
지금 한나라당에선 ‘김병준 사퇴’를 ‘잘코사니’ 부르짖고 있지만 그때 청문회때는 왜 그렇게 얼렁뚱땅 넘어갔는지 반성을 해야 한다고 본다.
이번 일뿐 아니라 한나라당이 ‘노 정권의 실정’에 그저 ‘잘코사니’나 외치며 뒷북치는 것도 그냥 지나쳐서는 안 될 일이라는 걸 지적해 둔다.
‘수권야당’으로서의 신뢰감은 전혀 주지 못하면서 그저 이런 일들이 터졌을 때 목청이나 높이고 앉아있는 것을 국민들은 다 기억하고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김병준씨를 교육부총리로 임명하는데 ‘일조’를 해놓고서 이제 와서 부랴사랴 호들갑떠는 한나라당이나 ‘한 식구’랍시고 “교수 사회의 밥그릇 싸움이다” “김 부총리가 서울대 출신이 아니어서 집단공격을 받고 있다”는 둥의 어처구니없는 발언을 내놓는 열린우리당 의원들이나 한심하기는 매한가지다.
어떻게 이번 사건을 ‘밥그릇 싸움’이네 ‘비서울대라서 그러네’ 식으로 본질을 호도하는지 ‘실세 386’출신들의 ‘상대에게 뒤집어씌우는 마타도어 전법’에 다시한번 넌더리가 난다.
‘비서울대 타령’을 한 의원의 학력을 보니 공교롭게도 김병준씨가 몸담고 있었던 국민대학 출신이었다. 이 자리에서 국민대학을 폄하하려는 생각은 추호도 없다. 하지만 소위 국민의 ‘공복’이라고 할 수 있는 정치인들이나 고위공직자들이 이런 식으로 말한다는 건 대한민국의 장래를 어둡게 만드는 걸림돌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원래 드라마 속 사건의 발단은 사소한 듯 보이는 것에서 시작해야 그 극적 효과를 최대로 얻을 수 있는 것처럼 김병준씨의 ‘불행’도 그로서는 ‘너무도 억울하고도 아주 사소한’ 곳에서 터져 나왔다.
7월 24일치 별로 알려지지 않은 ‘쿠키뉴스’의 특종으로 시작한 이번 ‘사건’은 처음엔 김병준씨가 논문을 심사했다는 그 제자가 이미 ‘고인’이 되었기에 영원한 미궁에 빠질 것처럼 보였다.
‘죽은 사람은 말이 없다’지만 여러 정황으로 볼 때 ‘살아있는 자’의 궤변이 그냥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상황인데도 주인공격인 김씨는 구구한 변명만을 늘어놓았다.
어쨌거나 김씨가 교육부 장관이라는 중책을 유지해 나가기에는 상황이 너무 악화된 시점인데도 불구하고 인사권을 쥐고 있는 청와대에서는 ‘사퇴불가’를 거듭 밝히고 있고, 그에 힘입은 김씨는 자신의 결백을 ‘조목조목’ 밝힌 ‘해명서’까지 돌리면서 사태진화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중이다.
그동안 신문에 보도된 김씨의 ‘죄상’만해도 이 자리에서 일일이 옮기기 지겨울 정도로 어지럽다. ‘논문표절’ ‘논문 이중보고’ ‘연구비 이중수령’ ‘논문재탕’ 등등, 이 중 한 가지만 걸려도 교육부 장관으로 임용하기엔 결격사유가 충분하거늘, 왜 청와대는 ‘사퇴불가’만을 외치며 국회청문회에선 왜 김씨를 그냥 통과시켰는지 그저 한심할 뿐이다.
‘죄가 쌓이면 죄에 치여 무뎌진다’는 옛말처럼 김씨는 이런 말도 했다. “이런 식으로 캐내면 교수 출신 중에 장관 할 사람은 한 명도 없다”고. 이쯤 되면
한국어로 의사소통을 하기엔 어려운 지경에 도달한 것 같다.
이 시간 현재 교수단체나 한국교총, 전교조, 학부모 단체, 경실련 등 시민 단체 등 온갖 ‘국민 단체’들이 김병준씨의 사퇴를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당사자인 김씨와 인사권자인 대통령만이 힘겹게 ‘장관직 사수’를 고집하고 있다.
지난 해 11월 30일치 우리 skyview의 블로그에서는 “노 대통령은 왜 이상한 사람들만 좋아할까”라는 제목으로 노대통령의 ‘기이한 스승들과 비호감투성이인 친구들’을 조명했었다.
스승들은 다름아닌 송기인이라는 신부와 노사모 회장출신이라는 이기명씨.‘친구들’은 알려진 대로 김병준씨를 비롯해 안희정이나 이광재, 유시민, 정동영, 이종석, 김두관씨 등등이다. 이밖에도 대통령이 총애한다는 강금실이나 일약 여성총리에 픽업한 한명숙씨를 비롯한 ‘걸 프렌드’들도 있다.
여기 거명된 사람들은 대부분 왜 그렇게 ‘비호감 계열’인지 모르겠다. 단순히 개인적 느낌이 그렇다는 게 아니다.
그동안 그들이 뱉어낸 희한한 ‘어록’들이나 ‘행적’들을 보면 대통령의 취향이 아주 독특하다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다.
‘좌파 성향’은 기본으로 깔고(심지어는 종교인인 신부마저도), 일반 평범한 국민들은 생각하지도 못할 이야기들을 그들은 아주 자연스럽게 해왔고, 대통령은 그런 그들을 감싸기에 바빴다.
대통령의 교우관계에 대해 왈가왈부하고 싶지는 않다. 그가 누굴 사귀고 누구와 친밀한 관계이든 말든 전혀 관심 밖이다. 하지만 아직 임기가 끝나지 않은 대한민국의 최고 권력자가 자신의 ‘독특한 교우 관계 탓’으로 세금 내는 국민들에게 ‘피해’를 입힌다면 이건 참을 수 없는 일 아니겠는가.
지금 거의 온 국민이 ‘김병준은 교육부 장관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 하고 있는데 그걸 알면서도 단순히 ‘우정’으로 친구를 지키려 한다면 더 큰 재앙이 닥칠 것이라는 걸 대통령은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물론 순수한 우정 외에도 김병준을 지키고 싶은 다른 사유가 많다는 걸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이제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노대통령이 자신의 ‘불퇴전의 성격’으로 밀어붙일수록 대한민국의 국민들은 대통령을 혐오하고 그의 친구들에게도 등을 돌릴 것이다.
‘김병준 사건’을 보면서 안데르센의 동화 ‘벌거벗은 임금님’이 떠오른다. 임금님만이 자신이 벌거벗은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지금 노 대통령의 경우가 바로 여기에 해당된다고 본다.
웬만한 국민은 다 알고 있는 진실을 대통령만이 모르고 있든지 아니면 애써 외면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아니 어쩌면 그는 자신이 벌거벗고 있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성격상 그걸 용납하기 못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10년간 토굴 속에서 독학으로 법조문을 외운 끝에 ‘움켜쥔 천하(天下)’를 순순히 놓을 수는 없을 것이다.
노 대통령은 지금 휴가 중이라고 한다. 예년에는 대통령이 휴가중 무슨 책을 읽을 것이라는 ‘뉴스’도 나왔는데 이번 휴가는 미사일이다 뭐다 워낙 경황이 없어선지 그런 얘긴 나오지 않았다.
게다가 김병준마저 저 난리를 치고 있으니 대통령의 마음이 오죽 아프겠는가. 이럴 때일수록 마음을 순화시켜주는 동화를 읽어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벌거벗은 임금님’도 다시한번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다.
어쩜 지금 대통령은 누구에게 위로라도 받고 싶을 것이다. 연산군이 ‘왕의 남자’ 공길에게 구원을 찾으려 했듯 대통령도 ‘盧의 남자들’에게서 위안을 얻고 싶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대통령은 공인이다. 국민들이 허락하지 않는 교우관계는 ‘퇴임 후’로 미루시라고 권하고 싶다. 그때야 ‘인간 노무현’이 누굴 사귀든 어느 누가 아랑곳이나 하겠는가. 단 지금은 아니다. 대통령은 ‘김병준 지키기’를 더 이상 고집하지 말고 그를 풀어주어야 한다.
대통령 자신이 벌거벗고 있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성장(盛裝)을 차려입었다고 우긴다면 그것이야말로 국민을 우롱하고 자신을 기만하는 행위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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